제19회 오대산 전국학생 백일장 대회 심사평
2022년 19회를 맞는 오대산 전국학생 백일장 대회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수많은 응모에 힘입어 700여 편의 작품이 답지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자극적인 영상과 즉물적인 이미지가 넘쳐나는 미디어 생태계 안에서, 적어도 이번 대회에 응모한 학생들에게서만큼은 글을 쓰는 일이 아직도 소중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응모작은 전체적으로 평이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상상력과 문장력에 있어 돌올한 개성을 보여준 수상작들은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매번 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문학적 상상력은 기성의 때가 묻지 않은 초등부의 응모작에서 빛을 발했고, 이러한 번뜩이는 상상력은 중등부에 이르러 급격하게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등부의 경우는 문장력은 안정되어 있으나 억지로 짜내는 듯한 의미 구조의 작품이 다수 눈에 띄어 아쉬웠다.
강원일보 사장상을 수상한 초등부 고학년의 시 「탑」의 경우, “대충 빨리 쌓았다가” 계속 무너지는 종이컵 쌓기와 “대충 공부하고 대충 풀어서” 망한 수학 시험 사이의 유사성을 통해서 “공부도 탑 쌓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심사위원들을 놀랍게 했다. 평창군수상을 수상한 초등부 저학년의 시 「빗방울」은 각도를 달리하여 빗방울에 비친 사물들을 나열하며 맑고 투명한 빗방울의 형상을 동심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순수함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강원일보 사장상을 수상한 중등부의 산문 「풍경 소리」는 할아버지의 49제 날에 할아버지와 함께 보냈던 1년을 추억하는 내용으로 체험의 진솔함에서 배어나오는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암투병 중이었던 할아버지, 부모님이 항상 바빠 늘 혼자였던 외동딸인 화자, 그리고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아빠를 못 만나는 백범이, 이렇게 셋이 각자의 고통과 결핍 속에서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냈던 소중한 기억을 소담하게 제시하며, 특히 할아버지의 부음으로 죽음의 의미를 희미하게나마 느끼게 된 사춘기의 정서를 군더더기 없는 진솔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등부의 산문 작품은 체험에 기초한 논픽션보다는 소설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 픽션이 많이 응모되었다는 것이 여느 해와 차별되는 경향을 보였다. 문장 구사력이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서사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원리를 소박하나마 이해하고 작품을 써나갔다는 점은, 나름의 독서경험이나 전문적인 문학 교육의 덕분이라 생각된다. 영예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대상)으로 고등부 산문의 「인연」을 선정했다. 이 글은 반려묘 ‘순대’를 고양이별로 보낸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수선집이라는 공간에서 “탁월한 상담가”인 수선집 주인을 등장시켜 반려묘 순대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과정이라든지, “미련을 추억으로 바꿔 드립니다”라는 수선집 간판에 박힌 글귀처럼, 순대가 입던 옷을 가방으로 리폼하며 팻로스증후군을 극복하게 된다는 서사구조는, 상징적 모티프에 기초한 서사원리를 응모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주제적인 차원에서 “잘라낼 건 잘라내고 가져갈 건 가져가야죠.”라는 수선집 주인의 말은, 옷 수선이라는 모티프를 인생사의 인연에 비유한 것으로, 우리가 어떻게 인연을 받아들이고 기억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금언이라 평가하였다. 지면 관계상 수상자의 모든 작품에 평을 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며, 앞으로 모든 수상자들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심재상, 김창균, 김남극, 안현미, 김정남(김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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